
빈센조가 끝이 났다.
장장 20부작의 드라마를 보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그 긴 시간을 재미와 긴장으로 버텨낼 수 있었다.
흥행면에서도 시청률 10~12%대를 꾸준히 유지하며, 최종화는 15%에 육박하며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빈센조라는 드라마에서 찾을 수 있는 의미는 여러 가지 겠지만, 개인적인 의견을 바탕으로 한 이 드라마의 매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악당을 이기는 악당

빈센조는 마피아다. 그 마피아 중에서도 최고위 간부급인 콘실리에리다. 콘실리에리란 마피아의 계급 구조에서 리더십 역할의 직책을 의미하며, 마피아 패밀리 보스의 고문이자 때로는 상사의 오른팔이기도 하다. 보스와 논쟁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패밀리 중 한 명이다. 그리고 콘실리에리를 잘 아는 사람들에 한해서 콘실리에리라는 존재는 그들에게 굉장한 존경을 받는 직업인 만큼 굉장히 고되고 올라가기 힘든 직책이다.
송중기라는 인물의 곱상하고도 야리야리한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마피아와는 정반대이지만, 그가 열연한 빈센조라는 인물의 역할이 '콘실리에리'라는 점에서 캐스팅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보스의 고문이라는 캐릭터는 냉철함을 유지할 수 있는 전략가이자 협상가 때로는 마피아답게 총을 쏘고 날렵한 액션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송중기 배우가 연기한 역할 들은 주로 정통적인 로맨스나 로맨스 코미디에서 보여주는 댄디한 이미지가 대부분이었지만, 태양의 후예 이후로는 남자다움, 터프함 등의 모습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연기 변신을 통해 송중기는 빈센조 까사노를 잘 소화해 냈다고 볼 수 있다.
빈센조의 가장 큰 매력은 '악당을 이기는 악당'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관념 중에 하나인 '권선징악'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선을 권하고 악을 징벌하는 게 아니라 악으로써 악을 징벌하는 개념은 우리에게 굉장히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악당이 악당을 물리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두었다. 사실 빈센조라는 드라마가 가진 큰 약점 중의 하나인 '개연성'의 관점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정의와 선 그리고 사회의 약자로 대표되는 금가 플라자의 사람들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악당이 정의와 약자의 편에 선다는 내용이 성립된다.
물론 악당들과 싸워 그들을 벌한다고 해서 빈센조는 절대 '정의'라 할 수 없다. 살인, 복수, 도주 등의 다양한 위법행위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바벨 그룹'이라는 극악무도한 기업과 그들을 도와주는 세력을 벌하는 것으로 '정의'에 가깝다고 표현할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빈센조는 절대 정의로운 인물이 아닌 '악당 중의 악당', '악당을 벌하는 악당' 그리고 '악당을 이기는 악당'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악당이 시청자들에게 수용되고 인정이 되는 이유는 실제로 우리 사회에 팽배한 '악당은 아니지만 악당이라 할 수 있는 존재'들을 처벌하기 때문이다.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는 재벌들과 그 세력들이 저지르는 위법과 법조인들을 대동하여 법을 뛰어넘어 종횡무진 범법행위를 일삼는 자들을 우리는 수도 없이 목도했다. 이 드라마에서는 그런 현실을 충분히 반영했고, 드라마와 픽션이라는 특성상 조금 더 극적으로 우리에게 제시함으로써 재미를 선사했다. 이 부분은 리얼리티, 리얼리즘이라는 관점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으나, 재미와 흥행의 관점에서는 충분히 점수를 줄만한 내용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우리가 빈센조에 열광하게 된 이유는 우리와 조금 더 가까운 캐릭터들을 위해 빈센조가 싸워주고, 끝끝내 승리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더욱더 감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내내 들어왔던 '정의'로써 '악'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악당'이 '악의 세력'들을 물리쳤기 때문이다.
2. 무자비의 매력
결국 드라마는 '바벨 그룹'의 몰락 그리고 그들을 추종하는 세력들을 일망타진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조금 더 세밀하게 살펴보면, 장준우는 끝내 '속죄의 창'에 의해서 폐를 관통당하며 숨을 거두었고, 최명희 역시 '화형'을 당한다. 조한철은 괴한에 의해 칼에 맞아 단죄된다. 결국 악의 편에 섰던 주요 인물들은 '죽음'으로써 그 죄의 대가를 치르게 되는데, 이는 '마피아'로서 빈센조가 가지는 '무자비'함이 주는 카타르시스다. 마피아에서 처럼 용서라는 단어가 성립하기 위해서 필요한 속죄라는 필요조건이 '죽음'으로 밖에 귀결되지 못한 다는 것은 어쩌면 빈센조가 적들을 물리치는 당연한 방법이자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상상만으로 해왔던 악당들과 범법자들의 단죄를 이 '무자비'함을 통해 드라마적인 요소를 가미해 통쾌하게 풀어냈다는 것은 이 드라마가 가진 큰 매력으로 볼 수 있다.
3. 다양한 캐릭터들의 그룹핑
빈센조는 다양한 인물들을 제시했다. 마피아, 변호사, 국정원 요원, 식당 사장, 전당포 주인, 피아노 교사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온다. 심지어 스님들도 드라마를 완성하는데 일조를 했다. (콩그레츄레이션 유어 액팅 이즈 베리 나이스~). 사실 캐릭터가 많다는 것은 다양한 재미와 볼거리를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으나, 시청자들의 관점에서는 인물들이 많은 것은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는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으며, 드라마의 진행이 계속될수록 피로도를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많은 분들이 잘 아시겠지만, 일본 만화 '원피스'를 보면 이해하실 것이다. 본인도 50화까지 보다 지쳐 쓰러져서 다시 보리라 다짐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지금은 쵸파를 만난 에피소드 정도까지만 기억이 난다.)하지만, 빈센조에서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굉장히 쉽게 그룹핑을 해서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었다. 더욱 이해하기 쉽게 '금가 플라자'와 '바벨 그룹'이라는 틀에서 바라보면 이해하기 쉽다. 아울러 '금가 플라자'는 사회 소외 계층, 사회 약자, 가지지 못한 자를 의미하고, '바벨 그룹'은 재벌, 가진 자를 의미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캐릭터들을 두 개의 그룹으로 정의하고 드라마를 이끌어 나간 것이 다양한 인물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집중도를 유지시켜 준 원동력이라 할 수 있겠다.
4. 배우의 재발견

빈센조에 출연한 모든 캐릭터들이 제 역할을 다 했지만, 그중에서도 '장한서'를 열연한 '곽동연' 배우에 극찬을 주고 싶다. 사실 그는 유명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그의 존재를 알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8년 전 KBS에서 방송한 '사춘기 메들리'라는 4부작 드라마 때문이었다. 불독맨션의 음악을 좋아했던 필자는 그들의 음악 중에서도 'Stargirl'을 가장 좋아한다. 바로 그 음악이 '사춘기 메들리'에서 메인 OST를 장식하며 유튜브에서 접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사춘기 메들리를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어리숙하고도 순수한 '곽동연' 배우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이후 작품 활동을 드물게나마 꾸준히 했고, 중간에 예능프로그램인 라디오스타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이후에도 '사이코이지만 괜찮아'와 같은 대형 드라마에도 출연하며 연기자로서 조금씩 성숙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빈센조에서 그는 '장한서'라는 캐릭터로 매력을 한 껏 발산했다. 배우가 가진 여러 가지 매력 중에서도 시청자와 관객이 가장 매력을 느끼는 부분 중의 하나는 바로 '불완전성'과 '결핍'이라는 부분일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현실의 우리 역시 완전하지 못하고, 부족하며 때로는 자기 비하를 하는 모습에서 불완전하고 결핍된 캐릭터를 보게 되면 그들에게 공감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재벌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오히려 '바보 천치'에 가까운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악당이지만 불쌍함을 느낄 수 있고, 결국 속죄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보듬을 수 있는 포용력이 생긴다.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곽동연 배우의 다양한 표정에서 나오는 디테일함 그리고 생활연기에서도 날로 노력하는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마치 전혀 존재감을 못 느꼈던 '안보현' 배우가 '이태원 클라쓰'에서 박새로이만큼이나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과 같이 말이다. 앞으로 그가 보여 줄 다양한 스펙트럼의 캐릭터가 무척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사실 이 외에도 빈센조의 매력은 굉장히 많다. 유명 배우들과 조연배우들의 열연이 잘 어우러졌고, 주말 황금시간대 드라마답게 소소하게 코믹적인 요소도 많아 지루하지 않았던 것도 큰 장점이 되었다. 다만, 드라마 전개 가운데, 개별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성격이 급진적으로 바뀐다던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까마귀 떼(일 레귤러스인 줄...)들이 나타난다든지 하는 요소들은 물음표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기요틴 파일이라는 이름에서처럼 (우리는 통상 기요틴으로 잘 알고 있다.) 그들을 단두, 단죄하는 엔딩처럼 다양한 복선과 암시 그리고 상징의 떡밥을 잘 회수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웰메이드 드라마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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